책 냄새는 디지털로 전송 안 됨
저는 최근까지 책은 무조건 온라인으로만 샀어요. 할인도 더 많이 해주고 집까지 배달해주니까요. 근데 얼마 전부터 다시 오프라인 서점을 찾기 시작했어요. 확실히 온라인에선 느낄 수 없는 뭔가가 있기 때문인데요.
혹시 책 냄새 느껴보신 적 있나요? 새 책의 잉크와 종이 냄새는 특별해요. 온라인에서 아무리 상세 페이지를 들여다봐도 이 냄새는 절대 느낄 수 없거든요. 책장을 넘기는 소리, 종이를 만지는 촉감도 마찬가지고요.
서점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맡게 되는 그 특유의 냄새가 있어요. 새 책 냄새, 오래된 책 냄새, 모든 게 섞여 있는 그 향기 말이에요. 근데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매우 익숙한 공기예요. 왜 아날로그가 다시 주목받는지 이 냄새만 맡아도 알 수 있어요.
오감으로 느끼는 서점의 매력
오프라인 서점은 저의 오감을 자극해요. 책의 표지 질감, 종이의 두께와 느낌, 인쇄된 잉크의 미묘한 차이까지 손끝으로 직접 느낄 수 있기 때문이에요. 책 한 장 한 장 넘기는 동작 자체가 주는 물리적 쾌감이 있어요.
책 표지 디자인, 서가에 정렬된 다양한 책의 색감과 형태를 직접 보며 고르다 보면 눈이 즐거워져요. 온라인 서점의 썸네일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몰입감이에요.
귀로는 책장을 넘기는 소리, 조용한 서점 공간에서 들리는 미묘한 화이트 노이즈를 들으며 독서에 집중할 수 있는 특유의 아날로그적 감성이 있어요.
디지털이 발달했다지만 감각을 전달하는 데는 아날로그가 디지털보다 효과적인 것 같아요. 이런 다양한 감각이 우리 마음을 다시 사로잡은 중요한 이유고요.
우연히 발견하는 보물 같은 책
알고리즘이 추천하는 책은 이미 내가 좋아할 만한 것들로 한정돼 있어요. 근데 서점에서는 완전히 다른 경험을 해요. 그냥 서가를 돌아다니다 생각지도 못한 책을 발견하는 순간이 있거든요. 이게 단순한 우연일까요?
전 올해 초에 유명 온라인서점의 중고서점에 갔다가 평소 관심도 없던 자기계발 관련 책을 발견했어요. 표지가 눈에 띄어서 집어들었는데,읽다 보니 너무 흥미롭더라고요. 온라인에서는 절대 클릭하지 않았을 책이어서 더 좋았어요.
알고리즘은 좀처럼 만들어내기 어려운 우연한 발견인 거죠.
Z세대는 왜 오프라인 서점을 찾을까?
디지털 네이티브인 Z세대가 오히려 오프라인 서점을 많이 찾는다고 해요. 아이러니하게도 디지털에 가장 익숙한 세대가 아날로그의 가치를 다시 발견하고 있는 중이에요.
Z세대는 소유보다 경험을 중시해요. 단순히 책을 읽는 것보다 서점이라는 공간에서 시간을 보내는 경험 자체를 즐긴다고 해요. 카페처럼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고, 인테리어와 분위기를 즐기고, 문화 행사에 참여하는 등 복합적인 경험이 가능하기 때문이죠.
또 디지털 피로감에서 벗어나 잠시 디지털 디톡스를 하는 공간으로 서점을 찾기도 해요. 항상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생활에서 벗어나 책장을 넘기며 느리게 시간을 보내는 여유를 찾는 거죠.
적당한 불편함이 주는 특별한 기쁨
온라인은 편리해요. 근데 가끔은 이 편리함이 모든 걸 너무 쉬운 것으로 만들어서 오히려 특별함을 잃게 해요.
이케아 효과라는 게 있어요. 완성품보다 직접 조립한 가구에 더 애착이 가는 현상이에요. 서점도 마찬가지예요. 서점까지 가는 시간, 책을 찾아 헤매는 과정, 그리고 원하는 책을 발견했을 때의 기쁨은 온라인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굉장히 특별한 만족감을 줘요.
디지털 세상에선 검색을 통해 쉽게 원하는 노래를 찾아 들을 수 있어요. 그러나 아날로그 세상에서는 노래 하나를 들어도 LP나 카세트테이프를 찾는 등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해요. 조금은 불편할 수도 있지만 이런 불편함이 우리가 더 큰 만족과 애착을 갖게 하는 요소가 되는 것 같아요.
자아실현과 정체성 표현의 공간
매슬로우의 인간 욕구 5단계 이론 들어보셨나요? 모든 사람은 자신을 표현하고 싶어 하는 욕구가 있어요. 디지털 세상에서는 알고리즘을 통한 자동 추천과 정렬 기능 등이 있어요. 그러나 아날로그 세상에서는 자신만의 규칙으로 자신의 취향이 담긴 사물을 배치하며 개성을 나타낼 수 있어요. 비로소 자아실현의 욕구를 해소할 수 있는 거죠.
오프라인 서점은 이런 자아실현의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공간일 수 있어요. 책장에 꽂힌 책들을 둘러보며 자신의 취향을 발견할 수 있어요. 그 취향에 맞는 책을 선택하는 과정은 자신의 정체성을 표현하고 확인하는 행위가 되고요. 이건 온라인에서 알고리즘에 의해 추천받은 책을 선택하는 것과는 또 다른 의미와 가치가 있어요.
온라인과 오프라인, 둘 다 좋아요
물론 온라인 서점도 나쁘지 않아요. 할인율도 높고, 무료배송에 빠른 배송까지, 정말 편리하죠. 근데 책의 실물을 직접 보지 못하고 간접 정보만 보고 구매를 결정해야 하는 아쉬움이 있어요.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장점을 결합한 서비스도 있어요. 오프라인에서 책을 구경하고 온라인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는 서비스들이 많아졌어요. 동네서점에서도 재고 검색이 가능한 예약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도 늘고 있고요.
그래서 오프라인 서점에 가는 이유는?
결국 오프라인 서점을 찾는 건 단순히 책을 사기 위해서가 아니에요. 책을 통한 특별한 경험, 우연한 발견의 기쁨, 다양한 감각을 통한 만족감, 그리고 디지털에서 잠시 벗어나는 여유를 찾는 거예요.
데이비스 색슨의 책 <아날로그의 반격>에는 모든 오래된 것은 머지않아 새로운 것으로 탄생할 것이다 라는 문구가 있어요. 디지털이 줄 수 없는 가치를 아날로그가 보완하고, 아날로그가 줄 수 없는 가치를 디지털이 보완하며 융합을 통한 발전이 이뤄질거라는 의미에요.
여러분도 이번 주말에 근처 서점에 한번 가보는 건 어떨까요? 그냥 서가 사이를 거닐며 우연히 마주치는 책을 한 번 펼쳐보세요. 온라인에서는 절대 느낄 수 없는 특별한 경험이 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