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데마피게 로열오크 스틸 스포츠워치의 정점에서 만나는 제랄드 젠타의 유산


제랄드 젠타가 하룻밤에 그린 스케치가 시계 역사를 바꾸다


1971년 바젤 워치페어 전날 밤, 제랄드 젠타는 오데마피게 경영진으로부터 급한 의뢰를 받아요. "스틸로 만든 럭셔리 스포츠워치"라는 당시로선 모순적인 개념의 시계를 디자인해달라는 거였어요. 젠타는 단 하룻밤 만에 팔각형 베젤과 8개의 육각 나사, 일체형 브레이슬릿을 가진 혁명적 디자인을 완성해요. 영국 해군 전함 HMS 로열오크의 포문과 다이빙 헬멧에서 영감을 받은 이 디자인은 1972년 로열오크 탄생으로 이어지며 하이엔드 스포츠워치라는 완전히 새로운 카테고리를 창조했어요.


당시 금시계가 주류였던 시대에 39mm 스틸 시계에 금시계 가격을 매긴다는 발상은 미친 짓으로 여겨졌어요. 하지만 바로 이 '미친 짓'이 럭셔리 스포츠워치 시장에서 약 70% 점유율을 차지하며 오데마 피게를 명품 스포츠워치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하게 만들었어요. 현재 오데마피게는 연 매출 약 3조 7천억 원(26억 달러)을 기록하며 독립 워치메이커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어요.


15500ST - 로열오크 셀프와인딩의 현재진행형


2019년 출시된 15500ST는 전작 15400ST를 대체하며 로열오크 라인의 새로운 기준이 되었어요. 41mm 스틸 케이스에 칼리버 4302를 탑재한 이 모델은 2025년 기준 중고시장에서 약 $43,295(약 5,800만 원)에 거래되고 있어요. 정가 대비 프리미엄이 붙은 가격이지만, 지난 5년간 41%의 가치 상승률을 기록하며 투자 가치를 입증했어요.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다이얼 디테일이에요. 바통 인덱스가 짧고 두꺼워졌고, 6시 방향의 'AUTOMATIC' 표기가 사라져 더욱 깔끔해졌어요. 분 트랙을 별도의 챕터링으로 분리해 그랑드 타피세리 패턴이 더욱 선명하게 드러나요. 이런 미묘한 변화들이 모여 15500ST만의 정체성을 만들어내요.


실착 경험 - 손목 위의 건축물


15500ST를 착용하면 '시계를 찬다'기보다 '건축물을 올려놓는다'는 표현이 더 어울려요. 10.4mm 두께의 케이스는 셔츠 커프스 아래로 들어가기엔 다소 두꺼운 편이지만, 그만큼 존재감이 확실해요. 스테인리스 스틸 브레이슬릿의 각 링크마다 새틴 마감과 폴리싱이 교차하며 빛을 반사하는 모습은 착용자의 움직임마다 다른 표정을 만들어요.


칼리버 4302는 70시간 파워리저브에 4Hz(28,800vph) 진동수로 작동하며, 일상 착용에서 충분한 정확도를 보여줘요. 50m 방수로 수영장 정도는 문제없지만, 다이빙용으론 적합하지 않아요. 애초에 로열오크는 바다가 아닌 요트 클럽과 비즈니스 미팅을 위한 시계니까요.


구매 가이드 - 정품과 병행수입의 현실


국내 오데마피게 부티크에서 15500ST를 구매하려면 웨이팅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고 최소 1-2년은 기다려야 해요. VIP 고객이 아닌 이상 즉시 구매는 거의 불가능해요. 크로노24 기준 블루 다이얼 모델이 약 6,600만 원에 거래되는데, 정품 인증서와 박스 풀셋 여부에 따라 가격 차이가 커요.


병행수입 시 주의할 점은 AS 문제예요. 오데마피게는 정규 부티크 구매품이 아닌 경우 AS를 거부할 수 있어요. 따라서 신뢰할 수 있는 딜러를 통한 구매가 필수예요. 시리얼 넘버 확인, 무브먼트 작동 상태, 브레이슬릿 유격 등을 꼼꼼히 체크해야 해요.


시계 그 이상의 가치 - 문화적 아이콘으로서의 로열오크


로열오크는 단순한 시계를 넘어 스틸 스포츠워치 시대를 연 문화적 아이콘이 되었어요. 제랄드 젠타가 창조한 이 디자인 언어는 이후 파텍필립 노틸러스, IWC 인제니어 등으로 이어지며 럭셔리 스포츠워치의 문법을 정립했어요.


15500ST를 착용한다는 건 단순히 비싼 시계를 찬다는 의미가 아니에요. 시계 역사의 전환점이 된 디자인을 손목에 올린다는 의미예요. 매일 아침 시계를 차면서 '오늘도 제랄드 젠타의 유산과 함께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로열오크 15500ST는 분명 만만한 가격의 시계가 아니에요. 하지만 연간 58건의 거래로 전체 시계 시장 상위 2%의 인기를 유지하며, 유동성과 가치 보존 면에서 탁월한 선택이 될 수 있어요. 시계를 넘어 착용 가능한 예술품, 그리고 세대를 이어갈 수 있는 자산으로서의 가치를 지니고 있어요.


Disclaimer: 본 글은 특정 브랜드나 업체로부터 대가를 받지 않고 작성된 정보성 콘텐츠입니다. 시계의 가격·가치·특징 등은 시장 상황과 출시 시점, 개인의 사용 환경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본문에서 제공하는 정보는 참고용이며, 실제 구매·사용·보관 등 모든 결정은 독자 본인의 책임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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